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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포 선라이즈] 커져가는 환상 속 이야기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이 영화는 나에게 항상 부담을 주던 영화였다. 주위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다고 찬양하는 영화지만 나는 아직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영화 목록에 있는 대기 영화만 150개정도 되고 거기에 챙겨보는 미드가 6개정도 되다보니 계속 순위가 뒤로 밀렸다.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손이 가지 않던 영화였다. 마침 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으로 연결되는 비포 시리즈의 3번째 영화인 비포 미드나잇이 나온다는 소식에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의무감에 보게 되었다.


 비포 선라이즈 "해가 뜨기 전" 이라는 제목처럼 1박 2일의 짧은 순간을 담은 영화이다. 유럽 기차를 타고 가던 두 남녀가 기차에서 대화를 통해서 서로 통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남자는 비엔나에서 내릴 때 여자를 설득하며 같이 내리자고 한다. 함께 내려서 비엔나를 구경하며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생각(다양한 주제에 대한)을 나누며 서로에 대한 매력이 점점 커져간다. 하지만 다음 날 남자는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고 여자는 집인 파리로 돌아가야 하기에 헤어짐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기차역에서 헤어지려는 순간 남자가 먼저 다시 만나자고 고백한다. 여자는 '네가 그 말 하기를 기다렸다'며 6개월 뒤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헤어진다. 카메라가 두 남녀가 있었던 비엔나에 추억의 장소를 순서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헤어진 두 남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서로를 생각하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장면



 1박 2일이란 짧은 시간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 참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을 시작하는데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보며 중요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있다면 바로 대화였다. 1박 2일 동안 이 두 남녀의 대화는 우리 주변에 일반적이지 않은 대화의 주제들까지 포함하여 즐겁게 대화한다. 두 남녀가 처음 보는 사이지만 서로에게 자신의 세세한 것까지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 날이면 헤어지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 사이라는 생각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마음을 열고 나눈 솔직한 대화가 짧은 시간 서로에 대해서 호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사람을 알려면 역시 그 사람과 대화를 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과연 내 주위에 저런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사람이 있을까? 라는 질문이 계속 들었다. 모임이나 대화의 자리에서 우리들이 무슨 대화를 주로 할까 생각해보니 스마트폰 이야기나 연예인, TV프로그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같이 아무리 오래 있어도 대화의 수준이 그 정도라면 아마 관계의 발전은 크지 않을 것이다. 특히 어느 자리에서든 어려운 주제를 말하면 분위기 깨는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 그리고 반대의 의견을 내면 상대방과 다름의 즐거움을 느끼기 보다는 나와 틀린 것으로 간주하며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불편하게 느낀다. 그래서 그들의 대화 하는 모습은 나에게 이데아 같은 것이였다.


 영화 속에서 비엔나의 분위기 있는 장소들(대화와 함께 분위기 역시 관계 발전에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도 구경하고 한 번쯤 고민해볼만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로맨스 영화를 보면 항상 느끼지만 아무래도 경험이 없으니 꿈과 환상만 키우는 SF느낌이 든다. 아 울고 싶다. ㅠㅠ